아득히 먼 옛날, 세상은 하늘과 땅조차 갈라지지 않은 혼돈 속에 있었단다. 그 속에 거대한 여신 마고가 깊은 잠에 들어 계셨지. 마고가 숨을 내쉬면 바람이 되고, 코를 골면 천둥이 되어 세상을 울렸단다.
언제인가 마고가 몸을 일으키자 그제야 하늘과 땅이 나뉘어졌어. 너무 캄캄하니 마고는 하늘에 구멍을 내 빛을 흘려보냈고, 그 빛에서 해와 달, 별이 생겨났지. 치마폭에 흙을 담아 옮기니 산맥이 솟아나고, 흘려내린 흙은 강줄기를 만들었단다.
허나 마고의 힘이 너무도 크고 거셌던 까닭에, 몸은 끝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 조각들이 흩어지며 짐승의 모습이 되어 떨어졌지. 그렇기에 세상에는 오직 사람들과, 그리고 풀과 버섯, 이끼와 나무들만이 자리를 메웠단다. 사람들은 짐승, 즉 편형신들을 따라 살아갔고, 저마다 자신이 모시는 신의 빛깔을 닮아 갔지. 듣기로는 신들이 사는 천계에서는 깡총열매 대신 토끼가 뛰어다니며 잔디를 뜯고, 멍멍이끼 대신 개가 버섯을 파헤치며 짖는다고 하더구나.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야.
하지만 신들의 가슴 속에는 언제가 다시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한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갈망이 깊이 새겨져 있었지. 그렇다고 남매들끼리 칼을 겨눌 수 없었으니, ‘위대한 약속’을 맺고는 오직 사람들의 손에 세상을 맡겨 서로의 힘을 겨루도록 했어.
그리하여 사람들만이 사는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소설 '신'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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