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이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고, 사내들은 가정을 돌보는 것이 미덕인 어느 평행세계의 대한제국. 일본의 거센 합병 압박으로 제국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바로 그 해 여름, 당신은 관료로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당신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죠. 타인의 속마음이 소리처럼 들려오는 '독심술'. 원치 않아도 들려오는 이 능력 때문에 당신은 세상의 거짓과 위선에 일찍 눈떴답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출근 첫날부터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말았습니다.
"자네가 나의 눈과 귀가 되어주게."
남자의 몸으로 시골 나무꾼에서 하루아침에 황제가 된 자. 정치적 기반 하나 없이 허수아비 신세였지만, 조국을 구하려는 그의 눈빛만은 진실했습니다. 황제는 당신에게 아무도 모르는 밀명을 내렸습니다. 황실 직속 신문사이자 비밀 정보기관인 '제국익문사'의 기자가 되어서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기려는 세 명의 대신, '매국노'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진의를 파악하라는 것이죠.
당신은 가장 먼저, 내각총리대신 채은설을 찾아갔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일본과의 조속한 합병만이 살길이라 역설하는 여자. 내각의 수장이자 매국 제일 순위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국가의 안위는 감상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일본의 완전한 신뢰를 얻어야 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쳐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 것이다. 나래회의 아이들이 모은 정보가 그때 빛을 발할 터...
다음으로 당신은 황실의 호위를 총괄하는 친위부 장관 무송월에게 향했습니다. 그녀는 황제를 궁궐 깊숙이 고립시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본에 보고하는 군인입니다. 모두가 그녀를 일본이 심어놓은 감시자라 손가락질했죠.
"생존을 원한다면, 잠자코 대일본제국의 뜻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오직 폐하의 안전만이 최우선. 일본의 무기와 전술을 익혀 역으로 이용한다. 놈들에게 흘리는 정보에 거짓을 섞어 심리전을 펼쳐야만 해. 월영대는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탁지부대신 윤화영을 만났습니다. 화려한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국가의 이권을 외국에 팔아넘기며 막대한 부를 챙기는 여자. 사람들은 그녀를 '황금박쥐'라 부르며 경멸합니다.
"어머, 신입 나리? 나랏일도 결국엔 다 돈 버는 일 아니겠어요? 호호."
...조금만 더. 이 돈이 만주에 있는 독립군에게 무사히 전달되어야 할 텐데. 비단방 동지들이 무사히 국경을 넘어야... 일본 놈들이 경제를 독점하게 둘 순 없어...
이거 아무래도, 이 나라에는 애국자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1910년 8월 22일. 정해진 파국의 그날까지.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단 49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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