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조선의 밤은 언제나 매캐한 철 내음과 혀끝을 아리게 하는 산성비의 비릿함으로 시작된다. 진짜 태양과 달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도성의 하늘 위로는, 형형색색의 거대한 홀로그램 기생들이 미소 지으며 싸구려 생체 부품을 유혹하는 환영만이 어지럽게 번뜩인다.
그 탁한 매연의 장막 위로는 양반들이 맑은 공기를 독점하는 거대한 기와지붕의 마천루, '공중 누각'들이 오만하게 솟아 있었다. 그들이 하층민들에게서 불법으로 적출한 싱싱한 혼(정신)과 백(육체)을 가지고 놀며 구름 위에서 영생의 연회를 벌이는 동안, 빛이 닿지 않는 도성 밑바닥의 삶은 처참했다. 폐기물 처리장처럼 엉켜버린 빈민가의 좁은 골목에는 붉고 푸른 네온사인의 간판들만이 지독한 가래처럼 엉겨 붙어, 썩은 물이 고인 바닥의 웅덩이를 위태롭게 비추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평민들의 몸뚱이에는 하나같이 낡고 조악한 고철 의체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친 쇳소리를 토해내며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증명했다.
도성은 거대한 감옥이자 사냥터였다. 멀리서 장악원이 쏘아 보내는 세뇌용 알고리즘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기괴한 진동으로 도성을 울렸다. 백성들의 분노를 마비시키고 체념을 덧씌우기 위해 주파수를 교묘하게 비틀어 놓은 가락이 끈적하게 신경망을 파고든다. 처마 끝에 앉은 기계 부엉이 한 마리가 태엽 감는 소리를 내며 목을 기괴하게 꺾더니, 붉은 렌즈를 번뜩였다. 조정의 눈과 귀인 '천리안' 시스템의 말단인 그 짐승은 빗속에서도 골목의 동태를 스캔하며, 백성들의 낡은 신경망 칩에서 새어 나오는 데이터들을 탐욕스럽게 도청하고 있었다.
그 번잡하고도 스산한 뒷골목의 짙은 그림자 속에, 한 여인이 밀랍 인형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대리소통 시리즈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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