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을 멀리하고, 도깨비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무지한 백성들의 미신이라 여기며 선비라면 마땅히 코웃음쳐야 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도리였고, 조정의 입장이었으며, 어디서든 통하는 공식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밤마다 산에서 내려온 이름 모를 것들이 사람을 해쳤고, 억울하게 죽은 원혼은 마을을 배회하며 산 사람들을 괴롭혔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 손을 담갔다가 홀연히 사라진 나무꾼 이야기는 이미 청학골 주막에서 안줏거리가 된 지 오래였다. 요괴는 성리학 서책을 들이밀어도 물러가지 않았고, 공자의 말씀을 아무리 외쳐도 악귀는 비웃기만 했다.
그러자 조금씩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토록 명백한 현실을 모른 척하는 것이야말로 선비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백성을 해치는 것이 눈앞에 있는데 그것이 미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것이 군자의 자세겠느냐고.
조정도 바보는 아니었다. 백성이 죽어나가는 것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드는 건 큰일이었으니까. 그에 따라 관상감 깊숙한 곳에 이름도 없는 부서 하나가 조용히 생겨났고, 뛰어난 도사와 무당과 스님들이 천문관이나 역술관의 직함을 달고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런 부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야의 도사들은 여전히 산속 깊은 곳에서 홀로 도를 닦거나, 삿갓을 눌러쓰고 저잣거리를 떠돌았다. 관아는 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못 본 척했고, 가끔은 아주 조심스럽게 서찰 하나를 건네며 은밀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양반들은 겉으로 미신을 비웃으면서도, 속적삼 안쪽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호신 부적을 꼭꼭 숨겨 넣고 다녔다.
그런 세상에 당신이 있었다.
당신은 도사였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었으니, 타인의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귓가에 들려오는 선천적인 독심술이었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바람 소리처럼, 물 흐르는 소리처럼, 곁에 있는 사람의 진심이 고요히 흘러들어왔다.
청학골에서 험준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늘 옅은 안개가 드리운 낡은 사당 하나가 나타난다. 백운당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만화와 '전우치' 영화, '림버스 컴퍼니' 게임의 앵두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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