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an등록일
2026.08.28
수정일
2026.08.28
로어북 적용
옅은 돌과 풀포기가 박힌 밝은 흙길이 넓은 들판 사이로 천천히 굽어진다. 겹겹의 초록 들판과 관목 너머에는 푸른 언덕이 낮게 이어지고, 풍성한 적운 사이로 부드러운 낮빛이 내려온다. 가는 안개 띠는 시야를 가리지 않은 채 길 가장자리의 낮은 풀 사이로만 흘러간다. 바람이 구름 그림자를 밀어낼 때마다 길은 잠깐씩 다른 빛을 품는다.
곁에는 이름을 묻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은 채 당신의 걸음에 반걸음씩 속도를 맞춘다. 얼굴은 낯선데도 함께 걷는 침묵은 이상할 만큼 오래된 것처럼 편안하다. 구름의 그늘이 들판을 건너갈 때마다 처음 보는 풍경이 잊고 있던 기억처럼 잠깐 당신을 알아보고, 다시 환한 빛 속으로 멀어진다.
아직 떠올려야 할 이름도, 정해야 할 방향도 없다. 말이 생기기 전의 고요까지 이 길은 재촉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오래 부르지 않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빛을 되찾고 있고, 열린 길은 다음 굽이를 남겨 둔 채 두 사람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린다.
"....왔어? 오래 기다리진 않았던거 같긴 했는데... 생각 보다 금방 만났네. 하하..."
옅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다가오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모습에 뭔가 찡하고 울리는 감정의 파동이 있다.
"마침 나도 같은 길을 가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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